매주 목요일 밤 대부분의 기사가 마감될 즈음 편집국장은 퀴즈를 푼다. 독자에 빙의해볼 수 있는 시간. 분명 방금 전에 다 읽어본 기사인데 낱말이 안 떠오른다. 한 글자 한 글자 겨우 지워나가는 사이 어렴풋이 보이는 정답. 〈시사IN〉 맨 뒤 페이지에 실리는 퀴즈 코너 담당자, 편집소통팀 김연희 기자에게 출제 경향과 풀이 팁을 물었다.문제 출제의 기본 원칙은?시사 상식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키워드 위주로 출제하려고 한다.난이도 조절은 어떻게?사실상 〈시사IN〉 한 권을 다 읽어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것부터가 꽤 어려운 일이
스마트폰과 구글 드라이브에 사진 파일이 무한히 저장돼 있지만 여전히 출력된 가족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닙니다. 전쟁이 나거나 큰 재난이 일어 전기가 끊기고 디지털이라는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디스토피아를, ‘잠들기 직전 쓸데없는 생각 타임’에 자주 떠올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악몽 같은 일을 겪었을 때 가족들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이 품에 없을까 봐 공포에 떱니다. 저는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의 가치를 믿는 편입니다.“대한민국에서 종이 매체가 단 하나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시사IN〉일 것이고, 또 〈
“참새네요 참새.” 사진을 본 임도훈 보 철거행동 상황실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진 속 새는 누가 봐도 ‘참새’ 한 마리. 날렵하게 곤충을 낚아챈 모습에 잠시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렇게 두 번째로 찾은 세종보에서도 흰목물떼새 촬영은 실패했다.지난 6월18일과 25일 세종보 취재(〈시사IN〉 제887호 ‘비교해 보세요, 어디가 진짜 강인지’ 기사 참조)를 위해 세종시의 세종보를 찾았다. 세종보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4대강 ‘재자연화’에 포함되어 완전 개방된 후 해체 전까지 갔던 4대강
〈시사IN〉 제880호를 읽던 임이경씨의 눈이 반짝였다. 울산 동네서점 ‘책빵자크르’에서 7월5일 열린 첫 번째 찾아가는 독자위원회 후기 기사를 보던 중이었다. “8월에는 전남 순천시의 ‘서성이다’에서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기사 말미에 소개되어 있는 다음 독자위 순서를 보자마자 순천 동네책방 ‘서성이다(@walking_with_book)’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다. 댓글을 남겼다. “신청하고 싶어요!”임이경씨는 순천 시내에서 노플라스틱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시사IN〉을 읽으며 “좋다, 너무 좋다, 이번 기사 진짜 좋다” 하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권위 상임위원의 ‘막말 논란’ ‘갑질 논란’ ‘반인권 논란’ 등. 인권위원 11명이 모두 모이는 전원위원회는 자주 파행되고, 피해 구제를 기다리는 인권침해 진정은 자꾸 쌓여간다. 이 소용돌이 속에 인권위원장이 바뀐다. 여느 때보다 신임 인권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는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자 5명 중 한 명이었다. 후보자 추천 사흘 뒤인 7월26일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헌법학자인 그가 인권위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사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지난해 12월 첫 공판이 시작됐으니, 벌써 9개월째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박 대령은 돌연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다.박정훈 대령 재판에는 취재진, 해병대 예비역, 정치인 등 유독 방청객이 많다. 매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재판을 취재하느라 꼼짝없이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쑤셔온다. ‘기억이 안 난다’는 증인과 답변을 끌어내려는 변호인 사이 돌고 도는 대화를 듣다 자꾸 시
그동안 알던 한옥의 모습이 아니었다. 외벽에는 알록달록한 장식물이 붙어 있었고 처마 밑은 코발트색 페인트로 칠했다. 전신주와 연결된 굵은 전선이 서까래에 꼬여 있었다. 기둥의 ‘개 소변 금지’ 문구는 화룡점정이었다.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북촌 한옥마을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근 〈한옥 적응기〉를 펴낸 정기황 작가(48)는 이 집 앞을 인터뷰 장소로 택했다. “지은 지 80년쯤 된 경기형 민가로, 사람이 오래 살며 잘 관리한 집”이라고 했다. 이런 집도, 이런 집이야말로 ‘전통’에 속한다고 정 작가는 말한다.〈한옥 적응기〉는 정기황
8월27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 장소는 유난히 북적였다. 수상팀 중 하나인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보도 공동취재단’이 거기에 한몫했다. 〈시사IN〉·뉴스타파·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한겨레 5개 언론사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의 일원, 문상현 기자(사진 뒷줄 가운데)를 불렀다.참여 계기가?자원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겠다고 자원. 흔히 올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5개 매체 협업 후기를 남긴다면?희생과 양보, 배려, 적당한 거리감이 필수. 과정은 고단하지만 결과물은 위대하다.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유능한 각
본래 체코 원전 기사(〈시사IN〉 제882호 ‘체코 원전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기사 참조)를 쓸 계획이 없었다. 여러 언론과 단체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원전 수주를 기정사실화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와중에도 비교적 잠잠했다. 동해 유전 개발 발표 때와는 너무 달랐다. 진보당을 빼면 원내 야당도 조용했다. 대다수 기후 및 환경 NGO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로열티) 문제,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여부, 유럽 및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 등 관련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제
“어느 병원을 가셨죠?(나경희 기자)” “울화통이 터집니다(이은기 기자).” 이번 주 커버스토리를 쓴 두 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소감을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윤 대통령은 8월29일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 공백 위기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의료 현장을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지역의 종합병원들 이런 데 좀 가보시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일단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시사IN〉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는 대통령이 말한 그 ‘의료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이 주의 뒷북보안이 뛰어나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던 플랫폼이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단체 대화방과 채널 곳곳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생성·유포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확산된 정황이 발견되면서 교육부는 물론 각 시도 교육청 단위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8월28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발표 전날까지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총 196건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79건은 현재 수사 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훗날 사람들은 ‘채 상병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까?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벌어진 채 상병 순직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사건의 여파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구명조끼 하나 없이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채 상병의 죽음에 잘못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알아보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구속될 뻔했다. 그 배경에 ‘VIP 격노’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고 수사 자료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국방부 장관이 급작스레 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됐다
‘난 나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정함!’ ‘실수, 실패, 쓸데없음 대환영!’ ‘여긴 공짜 아니고 공공’ ‘우린 모두 다른 생명체, 인정과 존중!’ ‘안전 완전 중요’.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구들이다. 눈을 돌리고 몸을 틀면 보이는 곳곳에 붙어 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약속’들이다.티티섬은 공공도서관이다. 청소년을 뜻하는 ‘틴’(Teen, 17~19세), 어린이나 청소년,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10대 초반을 의미하는 ‘트윈(Teenager+Between, 12~16세)’을 ‘섬’과 합
투자 사기를 직접 겪을 일은 없었다. 원체 의심이 많아 재테크 관련 광고를 클릭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처를 외부에 알린 적도 없었다. 올해 초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각종 주식과 비트코인, 보험, 부동산 정보가 휴대전화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도 온다. 세상이 내 지갑만 노리는 기분이다.이렇게 된 이유를 안다. 지난해 말 SNS 유명인을 참칭한 투자 사기를 취재한 게 계기다. 범죄 수법을 기사화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가짜 광고를 직접 클릭해보았다. ‘개인정보를 외부에 전송하는 데 동의하는지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8월10일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40만을 돌파했다. 지난 4월부터 ‘김은지의 뉴스IN’에 합류해 1부 뉴스리액션 코너를 담당하는 김영화 정치이슈팀 기자를 뒷담화 자리에 초대했다.주간지와 유튜브의 문법, 어떻게 다른가?거의 ‘전직’한 수준. 주간지 기사 쓸 땐 현안을 더 심층적으로 보려고 했다면 시사 유튜브 문법은 그날의 화두가 뭔지, 당장 오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을지, 누구를 섭외할지 등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생각하고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구나 깨
어린 시절 여의도 면적이 몹시 궁금했다. TV 뉴스만 틀면 그 단어가 흘러나왔다. 수해 지역 규모든 도시개발 예정 용지 면적이든 웬만한 땅 넓이는 모두 ‘여의도 면적의 몇 배’로 표현됐다. 비수도권 농촌 거주 어린이는 그 표현이 마치 ‘콩 한 되’ ‘쌀 한 섬’처럼 준(準)공식적으로 쓰이는 도량형 단위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장소가 얼마나 넓은지를 가늠하고 남에게 설명하고 싶을 때면 계산기를 옆에 끼고 꼭 여의도 면적(2.9㎢)으로 나눠보곤 했다. 여의도 땅을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데도.나중에야 깨닫게 됐다. 그냥
이 주의 기사〈미디어오늘〉이 ‘[단독] 조선일보 논설위원-국정원 직원, 여성 기자 사진 공유하며 성희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8월21일 보도했다. 현직 〈조선일보〉 논설위원 A씨와 국가정보원 직원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는 연차가 낮은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성희롱 대화를 이어왔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주로 A 논설위원이 특정 여성 기자의 사진을 먼저 찍어 보낸 뒤 성희롱이 이어졌다고 한다. 예컨대 A 논설위원이 식사 자리에 있는 여성 기자 사진을 찍어 보내자 국정원 직원 B가 “맛나 보여요”라고 답하고, 이후 A
어려서부터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다. 시와 수필로 수상한 이력도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를 다니고 일본으로 유학했던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었다. “동아시아를 경계 없이 유영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그래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으로.” 중국 동포 5세인 박동찬씨(28)는 2015년 집을 떠났다. 바라던 대로 연세대 국문학과에 합격하면서다.고국에서의 삶은 기대와 달랐다. 중국 동포임을 말할 때마다 난처한 질문들이 그를 향했다. ‘중국과 한국이 축구를 하면 어디를 응원할 거야?’ 같은. “한 사람의 정체성은 출신국에도
요즘 〈시사IN〉에서 가장 ‘불나는 호떡집’ 같은 곳은? 여러 가지 디지털 개편 작업을 맡고 있는 미디어랩이다. 회의도 많고(고성도 잦고), 문의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다. ‘총대’를 멘 고제규 랩장에게 물었다.카드 자동결제 독자에게 가는 문자의 정체는?결제 편하게! 구독료나 후원금 자동결제 등록 안내 문자. 결제 에러 없애고 개인정보 보호하기 위한 개선입니다. 보이스 피싱 아니니 안심하세요.홈페이지와 전자책도 변화가 있는데 취지는? 독자 퍼스트! 디지털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동시 개선하며 독자나 후원자가 최대한 편하게 이용할 수 있
입던 옷에 문제가 생기면 할머니 재봉틀 아래로 가져가던 시절이 있었다. 할머니는 우리 집의 ‘금손’으로 통했다. 가족들의 베개 커버뿐만 아니라 며느리들의 한복도 직접 만들었다. 교복 치마 유행이 ‘A’ 형태에서 ‘I’로 바뀌면 할머니를 졸라가며 수선 비용을 아꼈다. 구멍 난 옷이나 양말을 버리면 핀잔을 듣기도 했다. 어릴 적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구멍 난 양말을 한데 모아두는 버릇이 있다.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수리상점 곰손(이하 곰손)’을 취재하며 할머니 생각이 났다. 처음 그곳을 방문한 날, 영등포구 시니어클럽의 곽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