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존엄성을 지키겠다.” 8월27일 공개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광고 ‘에브리데이(everyday)’에 나오는 말이다. 해리스 후보의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는 8월16일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도 ‘기회의 경제’를 앞세우며 중산층의 “경제적 안보(economic security), 안정성(stability), 존엄성(dignity)을 지키겠다”라고 연설했다.해리스 후보가 주목하는 것은 시민들이 주방 테이블에 앉아 살펴보는 청구서, 식료품 매장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가 ’부자 되세요’를 대체한 지도 꽤 된 것 같다. 대박 코인으로 조기 은퇴한 사람들, 부동산 가격 상승 분위기에 맞물려 사놓은 주택으로 대박 낸 연예인 등은 거의 일상적 뉴스거리가 되었다. 대박은 복권 용어지만 그 꿈은 주식시장에서도 무르익는다. 주식 투자는 복권 투자와 어떻게 다를까? 다르기는 한 걸까?■ 주식이나 복권이나복권 타입의 주식(복권주식)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알려면 먼저 복권의 특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복권 매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없거나 형편없이 낮다. 그러나 아주 예외적인
글로벌 주요 증시들이 한꺼번에 폭락한 그날(8월5일)은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 이미 올여름 들어 불안감이 도처에 싹트고 있었다. 우선,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었다. ‘남몰래’ 세계 증시를 떠받쳐온 일본 엔(円)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진 것도 큰 리스크였다.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를 올리는 경우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었다. 2020년대 들어 수천억 달러가 투자된 인공지능(AI) 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의심도 부풀었다. 로봇이 아무리 사람처럼 대화하고 작동해봤자 ‘돈이 되지 않으면’ 어디에 쓴단
윤석열 대통령은 8월29일 국정 브리핑에서 “경제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시사IN〉은 한국갤럽과 함께 진행한 ‘2024년 신뢰도 조사’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70.2%가 ‘신뢰하지 않는다(불신)’라고 답했다. ‘신뢰한다(신뢰)’는 28.6%에 불과했다. ‘신뢰’의 강도도 약하다. ‘신뢰(28.6%)’ 가운데서 ‘어느 정도 신뢰(21.1%)’의 비율이 ‘매우 신뢰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富)의 이전.”2023년 5월14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그동안 전 세계가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상속’의 문제를 경제 전반의 변수로 다룬다. 1946~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사망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거대한 부의 세대 이동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미국 사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 열매를 가장 많이 차지한 세대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가계 전체 자산 140조 달러(2022년 기준) 가운데 절반 이상인 7
편의점 매대에 놓인 상품에는 가격이 붙어 있다. 인터넷 몰에서는 여러 온라인 점포를 비교해서 가장 싼 가격을 알려준다. 거래가 이뤄지려면, 가격이 정확히 표시되어야 한다.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판다. 그러나 ‘기업 자신’도 상품으로 사고팔린다. 분할·합병·주식교환 등에서다. 기업 거래에도 가격이 필요하다. 가격을 알아야 사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 주식을 교환하려면, 해당 기업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A사(100주) 가격이 100만원, B사(100주)가 200만원이면, A사와 B사의 1주는 각각 1만원, 2만원이다. B사
안수철씨(가명·76)의 일과는 ‘셀카 찍기’로 시작된다. 얼굴이 나오게 사진을 찍어 지하철 택배원 단톡방에 올려 출근 도장을 찍는다.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역으로 출근하는 다른 ‘공공근로자’들과도 눈인사를 나눈다. 안씨는 3년 전부터 ‘지하철택배’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36년간 직장 생활을 한 안씨는 16년 전 은퇴를 했지만 이후로도 일을 놓아본 적은 없다. 퇴직 직후에는 정부가 일자리를 알선하는 취업센터를 통해 영업 분야 일을 하기도 했다. 한 달에 10
더불어민주당은 7월 말, ‘코리아 부스트업(boost up)’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수주주’ 권한의 강화(기업지배구조 개편)로 주식가치 상승을 노린다는 점에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당초의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말 이후 기업지배구조는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밸류업의 정책 방향을 바꿨다. 대신 ‘주주에게 많은 돈을 돌려주는’ 회사와 그 지배주주에 대해 법인세 및 ‘기업승계 상속세’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기업 지배주주(이른바 ‘재벌’)들을 정
올해 들어 윤석열 정부와 야권의 경제 의제는 ‘주가 올리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주가(=기업가치) 올리기’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매력 있는 의제다. 경제활동인구(지난해 12월 기준 2900만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400만여 명이 상장회사 주주다. 거대한 표밭이다. 더욱이 ‘주가 올리기’는 억강부약(抑强扶弱)적 측면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대기업들의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현상)의 원흉이 그 지배주주(흔히 ‘재벌’로 불리는 가족과 그들의 영향권하에 있는 회사들)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지배주주들의 소수주주 이익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그림자 금융’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금융 당국의 규제와 감독으로부터 벗어난 불투명한 금융 행태를 의미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돈(현금)을 주고받는 것과 달리, 이커머스에서는 결제 시스템상 물품을 구입한 시점과 실제 돈이 오가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발생한다. 시차가 길면 길수록 그 사이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발생하는데, 이번 티메프 사태 이후 이 시차로부터 발생한 다양한 미지급 사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올해 상반기, 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질적으로 차별화된 성능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들을 집중적으로 출시했다. 8월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4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SAIC)’의 주제를 ‘생성형 AI의 새로운 차원’으로 정한 이유다.이 콘퍼런스의 첫 강연자인 박찬진 서울 AI 허브 센터장은 올해 상반기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 ‘소라(텍스트로 동영상 생성)’ ‘피규어 로봇(사람의 말귀를 이해하며 동작하는 로봇)’ ‘데빈(소프트웨어 자율 개발)’ ‘챗지피티-4o(텍스트, 오디오, 동영상 등
LLM, 트랜스포머, GPT, 파라미터…. 요즘 흔하게 쓰이는 용어들이지만 명확히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술 현업에 종사하는 ‘개발자 M(필명)’이 생성형 AI의 기술 동향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1988년 음성인식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IBM의 한 연구실. 연구팀을 이끌던 정보이론의 대가 프레더릭 젤리넥(1932~2010)은 인식 성능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탄식하며 말했다. “언어학자 한 명을 해고할 때마다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아지는구나.” 언어학자들이 만든 규칙이 인식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서든 데스(돌연사)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부 임직원들에게 해온 말이다. 1998년 취임 당시 “(혁신하지 않으면) 천천히 사라진다”라며 ‘슬로 데스’를 언급했던 그가 최근 SK의 재무 상황을 보고 ‘서든 데스’를 언급한 것이다.SK에 대한 시장 평가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창사 이래 역대급 위기’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SK는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약 10조4000억원), 매출액
변덕스러운 하늘을 사람들은 ‘도깨비 날씨’라고 불렀다. 7월26일 금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에도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반복됐다. ‘도깨비 날씨’에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유독 한 6층짜리 빌딩 인근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건물을 둘러싼 약 2000명의 사람들은 줄지어 인근 도로를 가득 채웠다. 더위와 폭우에 지친 이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실시간 오픈채팅창에서 정보를 나누었다. ‘여행상품 구매자 모임’ ‘로봇청소기 피해자’ ‘판매자 정산 공유톡’ ‘본사 방문 정보’ ‘상품권 피해자’ 주제별로, 피
수출이 호조다. 지난 6월까지 9개월째 증가세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꾸준히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무역수지도 13개월 연속 흑자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지속적인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미국 달러 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 원화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 엔화 등 다른 수많은 국가들의 통화와 비교해도 그렇다. 비싼 달러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미국의 높은 이자율이다. 높은 이자를 벌려면 고금리 국가에 투자해야 하고, 투자하려면 그 나라 통화가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내 미국 경제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지율이 낮았다. 지난 6월 말 트럼프 후보와 진행한 TV 토론 이후에는 바이든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인기가 더욱 떨어졌다. 7월13일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지며 트럼프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런 와중에 7월17일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결국 7월21일(현지 시각)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선언했다.미국 대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단히 불투명하지만, ‘유력 후보’인
미국에서는 공항 시스템이 마비됐고, 영국에서는 의료 활동이 중단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은행 송금이 막혔으며, 프랑스에서는 방송사 채널 송출이 멈췄다. 7월19일 이른바 ‘글로벌 IT 대란’으로 불리는 대규모 전산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흔히 ‘블루스크린’이라고 불리는 PC 에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것이다.대규모 해킹일까? 혹은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러나 이번 사태는 특정 세력의 사이버 공격도, 대규모 악성코드 배포도 원인이 아니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최근 나온 ‘업그레이드된 생성 인공지능(AI)’ 들에 대한 ‘체험기’를 지난 호(제879호)에 썼다. 놀라운 충격과 우려가 교차했던 경험이다. 기술 발전이 인간성과 사회변동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인문학적 입장에서 꾸준히 AI를 연구해온 철학자 김재인(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을 만났다.GPT-4o(지피티 포오) 등 최근 AI 제품들의 성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음성인식, 시각 인식(AI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 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
인공지능이 사람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넘쳐난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보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다.〈시사IN〉은 오늘날 최첨단 인공지능의 인지 추론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검증해보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수능시험을 직접 풀게 하는 실험을 해봤다. 물론 수능시험이 인지능력을 재는 완벽한 척도는 아니다. 대학입시는 학생의 종합적 사고능력 가운데 단편적인 부분만 측정할 뿐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는 스스로를 천생 ‘문돌이’로 여기며 살았다. 학생 때부터 이과(理科)계 학문과는 거리를 뒀다. ‘세상을 바꾼다’는 새로운 기계들에 대해서도 ‘얼리 어답터’ 노릇을 해본 일이 없다. 스마트폰은 2010년대 들어 한참 지나서야 샀다. 그 직전에 브라운관 TV를 버렸다.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PPT)’이 발표의 공식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한글 문서 요약본을 고집하고 있었다.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의 결과에 놀랐지만 굳이 관련 취재로 뛰어들지는 않았다. 딥러닝을 인간의 신경망처럼 묘사한 그림만 봐도 머리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