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나세요‘라는 인사가 ’부자 되세요’를 대체한 지도 꽤 된 것 같다. 대박 코인으로 조기 은퇴한 사람들, 부동산 가격 상승 분위기에 맞물려 사놓은 주택으로 대박 낸 연예인 등은 거의 일상적 뉴스거리가 되었다. 대박은 복권 용어지만 그 꿈은 주식시장에서도 무르익는다. 주식 투자는 복권 투자와 어떻게 다를까? 다르기는 한 걸까?■ 주식이나 복권이나복권 타입의 주식(복권주식)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알려면 먼저 복권의 특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복권 매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없거나 형편없이 낮다. 그러나 아주 예외적인
수출이 호조다. 지난 6월까지 9개월째 증가세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꾸준히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무역수지도 13개월 연속 흑자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지속적인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미국 달러 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 원화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 엔화 등 다른 수많은 국가들의 통화와 비교해도 그렇다. 비싼 달러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미국의 높은 이자율이다. 높은 이자를 벌려면 고금리 국가에 투자해야 하고, 투자하려면 그 나라 통화가
한 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주주, 즉 지배주주는 대주주여야 할까, 아니어도 될까? 다시 말해 대주주가 아니라도 지배주주가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지배주주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법률로 보호되는 합법적 장치들이다.그런 장치 중 하나가 ‘자사주’다. 회삿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우호 세력이 보유토록 하면 낮은 지분만으로도 지배주주의 지위를 지킬 수 있다. 두 회사가 각자의 자사주를 맞교환해 보유할 수도 있다. 상호 간 주식 보유, 또는 ‘상호주’를 통해 서로 상대 회사
‘코리아 디스카운트(이하 디스카운트)’란 주가가 오르지 않는 한국 증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개념이 불분명하다. 어떤 때는 다른 선진국의 비슷한 주식보다 한국 주식의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혹은 자회사를 잔뜩 거느린 모회사의 주가가 자회사 지분가치의 합보다 작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대략적으로는 다른 나라 주가가 오를 때도 한국 주가는 오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자주 인용되는 수치다.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현금을 반영한 시장가치(주가)가 과거 비즈니스 활동의 결과로 장부
‘그때’랑 똑같다. 아니, 더 나쁘다. 그때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막아야겠다는 이유라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견문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총선이 금융위기급의 위험요인이라도 되었나 보다.‘그때’, 당시 여당(지금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금지했던 공매도를 재개하느냐 마느냐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달라고 했다. 나는 “공매도 금지는 풀어야 한다”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바로 반응이 왔다. “알고 있습니다. 당정에서도 고려 중입니다….” ‘당정’이라는 말을 듣고
경영학은 인사관리, 마케팅관리처럼 대개 '관리(management)'라는 단어를 포함한 하위 분야들로 나뉜다. 이 중 재무나 금융 분야는 재무관리로 불리지만 가장 정확한 이름은 '재무경제학(Financial Economics)'이다. 엄연한 학문 분야를 관리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경영학은 그저 실용 학문일 뿐’이라며 천시하는 시각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고 본다.1990년 노벨 경제학상은 해리 마코위츠와 윌리엄 샤프, 그리고 머튼 밀러가 받았다. 노벨 위원회는 이들의 공로로 '재무경제학 이론의 선구적 업적'을 명시했다. 재무경제학이
전 세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다가올 경기침체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보다 미시적이지만 너무도 중요한 또 다른 이슈가 진행 중이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처분 관행에 대한 비판과 규제 움직임이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 총액에 1% 세금을 매기는 안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시키더니 5월엔 이 세율을 4%로 올리는 방안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들에서 찾기 힘든, 오로지 한국에만 있는 각종 규제와 편법들이 자사주 관련해서도 여전히 문제다.기업들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
은행은 예금으로 확보한 돈을 대출해주며 수익을 내는 기관이다. 예금에 내어주는 이자와 대출로 취득하는 이자율의 차이는 은행의 기본적인 수익의 원천이 된다. 대개 예금은 단기로 예치되지만 대출은 장기로 이루어진다. 보통의 경우 장기이자율이 단기이자율보다 높으므로 이러한 은행의 ‘만기 전환(단기로 빌려 장기로 대출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구조)’ 기능이 수익을 낳는다. 이렇게 예금은 은행 수익의 기본이 된다.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인출을 요구할 수 있다. 언제든 돌려주어야 하니 은행에게는 부채다. 인출 요구가 있으면 은행은 갖고 있는 현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ed Bath & Beyond: BBBY)는 침구류와 욕실용품 등 생활용품을 전시·판매하는 미국의 대표적 소매업체다. 이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지난 1월26일 제이피모건 체이스로부터 빌려온 돈에 대한 ‘채무불이행 경고(default notice)’를 받은 데 이어 2월 초엔 이자를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를 받은 날 주가는 2.52달러로 떨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10여 일 뒤인 2월6일 주가가 5.86달러로 두 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주가가 오른 이유는 BBBY가 헤지펀
레고랜드, 아니 ‘김진태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아래 번호 순서대로 살펴보자.(1) 레고랜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시행사)는 KIS춘천개발유동화(PF 대출자)라는 회사로부터 레고랜드 건설을 위한 자금 2050억원을 빌리기로 한다(PF 대출). 시공사(동부건설·현대건설)가 레고랜드 건설에 필요한 건축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원도는 혹시라도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도(道)가 대신 갚을 것이라며 지급보증을 섰다. PF 대출자는 강원도를 믿고 안심하며 자금을 대출해주었다. 시행사는 이후 레고랜드에서
올해 하반기 들어 블룸버그나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경제 미디어들이 ‘미국 국채(미국채)’ 시장의 유동성(liquidity)과 관련해 보도한 기사들은 제목부터 다급하다. ‘유동성이 시장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 ‘유동성이 아주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긴축(QT)이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한 투자전략가는 미국채 시장이 무려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약세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장 유동성이 높은 증권으로 여겨졌던 미국채(Treasury) 시장에서 유동성 문제를 걱정하게 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잡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상 과제다. 적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여러 차례 밝혔던 바에 따르면 그렇다. 그의 말은 연준이 심지어 경제성장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인플레이션과 싸울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물론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도 실업률(성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은 물가를 잡는 것이 실업문제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확실히 다져두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최근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당분간 물가에만 집중해도 되는 사정도 있겠다.인플레이션과 실
ESG가 뭘까? 처음엔 기업을 ‘낀’ 환경운동 같았고,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참 어렵게 한다 싶었다. ‘고객에게 진정’인 기업들이 잘된다는, 다시 말해 고객을 함부로 대하면 망한다며 자세를 180° 바꿔버린 새로운 마케팅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달에 집을 비우고 새로운 살 곳을 찾을 걱정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된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대기에 탄소가 좀 끼어 있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기도 했을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삐딱한 시선으로만 ESG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 어쨌거나 지구가 병들지 않으면 병든 것보단
주식시장에 유혈이 낭자하다. 코인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초 2조2500억 달러였던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7월8일 현재 970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림 1〉 참조). 40여 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고, 한동안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암호화폐(코인)들의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치솟았고, 특히 5월 중순 테라·루나 사태 이후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
테라·루나 사태(〈시사IN〉 제767호 ‘루나와 테라의 폭락, 실패한 혁신인가 사기인가’ 기사 참조)로 인해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규제 움직임 또한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스테이블 코인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국가가 아니라 민간에서) 사적으로 발행된 화폐는 디지털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테라·루나 사태의 가격 폭락은 낯설지 않다. 투자 대상의 가치가 내릴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것이 낫다. 많
미국 달러가 너무 비싸다. 지난 4월 말, 유로와 파운드 등 다른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지수’는 팬데믹이 일어났던 2020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달러 강세의 대표적인 이유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다. 달러 강세는 원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초 1220원대였던 1달러의 가격이 같은 달 말엔 1260원을 넘어섰다. 엄청난 상승세다. 가뜩이나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강한 달러(약한 원화)는 수입 물가를 더욱
4월16일은 법경제학자인 린 스타우트 교수가 2018년, 60세라는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는 사회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학자였다. 주주만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견해를 비판하고, 기업의 역할을 사회적 이슈의 해결 주체로까지 확장시켰다. 더 나아가 ‘시민 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자고 제창했다.케케묵은 질문으로 시작하자.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규명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 답변은 ‘주주(shareholder)’다. 그렇
최근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 문제로 더욱 불거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지점이 있다. 주주들은 기업을 비판하고 지배주주를 욕하며 경영자를 비난한다. 그런데 물적분할이나 자회사 상장 등을 승인했을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나 움직임은 별로 없다. 어찌 된 일일까?주주들이 이사를 뽑아 월급을 주는 이유는 자신들(주주)을 위해 의무를 다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주주들이 월급을 줘가며 일을 시킨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해가 되는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멀쩡하게 잘 살아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상장 여파가 뜨겁다. 기업공개 첫날인 지난 1월27일 LG엔솔은 공모가 30만원의 거의 두 배인 59만7000원의 시초가로 화려하게 등장해 5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이 무려 120조원에 근접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를 꿰어찼다. 그 덕분에 LG그룹도 SK그룹을 제치고 삼성그룹에 이어 그룹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랐다.같은 날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8% 이상 급락했다. 또 다른 2차전지 관련 주식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또한 전날 대비 6~7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0년. 그해 코스피 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무려 32%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연초 대비 수익률 1%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주식에 투자한 분이라면 지난해를 돌이켜보시라. 혹시 손실이 난 주식인데 언젠가는 오를 것으로 믿으며 끝없이 들고 있지 않았는가? 주가 상승을 기다리다 지치는 바람에 조금 올랐을 뿐인데 바로 팔아버리진 않았는가? 하루에 수십 번씩 주가를 확인하며 환호하고 탄식하지 않았는지?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투자 행태(behavior)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