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에도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되고 새로운 기록이 쏟아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논란이 되었던 것은 성별 논쟁이 아닐까 싶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의 이만 켈리프 선수와 타이완의 린위팅 선수가 있다.올림픽은 성별에 따른 신체적 역량의 차이를 고려해 모든 종목을 여자 부문과 남자 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출전을 허가하면서 여러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발투수가 경기를 길게 끌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순간 등판해 마무리를 책임지는 구원투수도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에 지역 소멸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는 이주민을 구원투수로 등장시켰다. 일손이 필요한 곳마다 없는 비자도 만들어가며 이주노동자를 투입하고 있다.서울시 또한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한다. 시범 사업으로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100명이 8월6일 입국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각,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싶다며 불쑥 사무실을 찾아왔다. 20대 남자는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경찰이 욕하고 계속 인정하라고 해서, 했다고 해버렸어요. 너무 화가 나고 짜증 나서요. 계속 짜증 나게 해서, 그냥 일부러 교통사고 낸 거 맞다고 말해버렸어요.”이 남자는 몇 년 전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다가 다른 차량이 해당 차량을 추돌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남자는 손목이 조금 아팠지만 병원 다닐 시간이 없어서 보험회사에 접수한 대인 접수 내역을 취소했다.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은커녕 치료비도 받은 게 없
A는 배전 노동자였다. 16m 높이의 전신주에 올라 특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접촉하는 방식(직접 활선 공법)으로 일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감전과 추락 사고가 빈번했고, 극도의 긴장감에 따른 스트레스도 컸다. 높은 수준의 전자파(극저주파 자기장)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혈액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A는 그렇게 18년간 일하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가 작업자 안전을 이유로 직접 활선 공법을 퇴출시키기 시작한 때는 그가 퇴사한 이후였다.A는 자신이 직업병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년 세대가 변호사 상담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올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자녀와 함께도 아니고 직접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할 상황이면 자녀한테도 이야기 못할 상황이고 그야말로 쪽박 상태에 이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70대 부부가 찾아왔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 돈을 꼭 찾아야 합니다.” 아내는 오랜 지인으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았다. “세계적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유명한 회사인데, 신제품을 개발해서 대박이 났다” “3000만원을 넣으면 매달 300만원을 돌려주고, 원금은
학교폭력 사안 상담을 많이 하게 된다. 그중 일부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거나 사실은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도 있다. 또 피해자로 신고했더니 상대방 학생도 신고해 가해 관련 학생이 된 사연도 있다. 대부분 상담 오는 시점은 학생이 확인서를 작성한 이후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경우에는 십중팔구다.학생 확인서 작성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한 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작업이다. 학교에서는 당연한 행정이지만 학생들에게는 갑작스럽고 경직된 절차이다. 상담을 온 어머니나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섭고 놀라서
6월24일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노동자 23명이 사망했다. 37초 만에 23명이 사망한 화재 사고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산재 사망사건이 충격적인 특집 뉴스가 아니라 그저 단신으로 처리될 만큼 일상이 된 우리 노동 현장은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로 표현되어왔다. 아리셀 참사 현장 노동자 103명 중 53명이 아리셀 소속이 아닌 일용직(파견직)이고,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이 표현이 적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노동 현장 위험의
2001년 겨울, 깜깜한 새벽이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어느 인력사무소는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상에 무심하게 놓인 바구니에 사람들이 신분증을 쌓았다. 내 주민등록증도 그 위에 올려졌다. 잠시 후 나를 포함한 몇 명이 호명되었고, 그 순서대로 사무실 밖 승합차에 태워졌다. 차는 곧 어디론가 떠났다. 아무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지 않았다. 첫째 날은 경기 용인의 신축 아파트 공사장, 다음 날은 서울 선릉의 대형 빌딩 공사장이었다.열흘 남짓, 그렇게 이곳저곳으로 운반되어 시키는 일을 했다. 별 기술이 없는 탓에 주로
구두를 신지 않는 변호사가 많아졌다.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캐주얼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메고 다니는 변호사가 늘었다. 법원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변호사끼리는 서로 ‘보부상’이라 칭한다. 무거운 사건 기록(요새는 아이패드,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변호사들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종이 서류 기록을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을 메고, 들고, 짊어지고 전국 방방곡곡 법원·검찰청·경찰서·구치소·교도소 등을 누비고 다니다 보니 그 행색은 실상 ‘보부상’에 가깝다.빛나는 구두에 깔끔한 정장 차림은 거추장스러운 것을 떠나 육체적으로 버겁다
취미를 말하려 하니 조금 수줍다. 시간이 나면 무협 웹툰을 읽는다. 많이 읽다 보니 이제는 텍스트를 넘나들며 반복되는 무협 장르의 장치들을 알게 되었다. 무협지 기본 스토리는 이렇다. 기구한 체질 또는 운명을 지닌 주인공이 회귀 또는 환생하여 기억과 경험을 무기로 이번 생을 다시 살게 되는데, 노력과 기연(奇緣)을 통해 엄청난 고수가 되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개업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무협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필이면 왜 그때였을지 생각해본다. 아마도 무협의 세계가 변호사의 송무 세계와 닮았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변호사라는 직업상 20년 넘게 법으로 먹고살면서 법이 밥상 위에 올라오는 밥처럼 따뜻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법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차고 냉정하다. ‘만 명’이 아니라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법이 힘없는 시민들에게 냉정하고 오히려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에는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발달장애인은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었다. 주치의가 ‘더 이상 치료 필요성이 없다’고 의견을 냈지만 6개월마다 진행된 법
공직에 나선 변호사들의 과거 변호 이력이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변호사 출신 후보들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최근에도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과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요컨대, 나는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것은 대체로 부적절하지만, 어떤 변론을 하였다는 이유로는 비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전자를 이유로 한 비난에는 거침이 없고 후자를 이유로 한 비난은 금기시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유치원 다니던 딸에게 〈미안하다고 안 할래!〉라는 그림책을 읽어준 적 있다. 주인공 마사는 맛있는 간식도 나눠 먹을 줄 알고 책도 잘 읽는 아이이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엄마는 잘못하고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마사에게 과자를 주지 않고 아빠는 마사를 업어주지 않는다. 마사는 처음에는 조그만 목소리로, 나중에는 크고 씩씩하게 ‘미안해요’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일찍이 헌법재판소는 사과한다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비로소 사회적 미덕이 될 것이고 외부로부터 강제하기 적합하지 않다”라
변호사의 주 업무는 재판에 출석하고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개업 변호사의 필수 업무 중에는 의뢰인과의 상담도 있다. 상담은 수임 계약에 우선해서 진행되고 상담의 성패에 따라 선임 여부가 달라진다. 변호사 선임까지 가지 않고 상담만으로 해결 가능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상담은 재판 출석과 변론, 서면 작성보다 더 중요한 업무일 수 있다.시민단체에서 일하다가 개업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경찰서·구청·법원·유선 상담 등 외부에서 다양한 경로로 법률 상담을 진행했다. 그날도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빼곡히 주차된 곳에서 문을 열고 차를 빼다 보면 이런 일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메모라도 남겨져 있길 바란다. “죄송합니다. 배상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과하고 배상해주는 게 법적으로 강제되는 경우도 있다.2019년 국가가 운영하는 우체국은행은 한정 후견 결정을 받은 정신장애인의 모든 비대면 거래를 중단하고, 30일 합산 100만원 이상 거래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이 그랬다. “살면서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할 돈이 변호사 비용이야”라고. 이 땅의 모든 변호사가 환호할 법한 대사였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변호사가 달라는 대로 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호사 앞에서 호구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묻게 된다. 살면서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할, 적정한 수준의 변호사 비용이란 대체 얼마인가.어떤 사건에 이미 연루된 사람이라면 그 사건의 올바른 처리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먼저 가늠해보는 게 좋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나는 열심히 ‘킬 시키는’ 기자 부류에 속했다.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아도 사실관계가 틀린다거나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을 언론계에서 ‘킬 시킨다’고 한다. 이 기사는 이래서 기사 가치가 없고 저 기사는 저래서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하니, 아마도 업무를 지시하는 선배는 답답했을 터이다.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러나 기자 시절을 되돌아보며 변명을 하자면, 킬 시키는 일도 기사 쓰는 일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를 쓰기 어려운
2013년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만 10년을 일했다. 교육 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 몰입하다가 공동대표 임기를 마치고 송무 시장에 발을 들이니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졌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이 그 단초가 되었다.변호사의 조기 개입이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를 회복으로 이끄는 모양새이면 좋으련만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감정이
‘파란 바지’의 의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는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국가 구조 기능이 마비됐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구해 우리 사회 의인으로 등극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씨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로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6년 만에 그는 의인에서 피고인이 되었고, 나는 그의 변호인이 되었다.의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부심과 행복은 고사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변호하기 위해 제주를 오가며 나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23명의
4·10 총선 후보자 중 2030 세대 비율은 5.4%로, 4년 전 6.1%보다 더 떨어졌다. 1996년 15%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후보자들 평균 재산은 28억원이다. 돈 없는 젊은 정치 신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정치에는 돈이 든다. ‘돈 안 쓰는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현실적 꿈이다. 정치에 돈이 든다면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의 주요 목적은 부정한 정치자금을 규제함과 동시에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