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6월2일(현지 시각)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61)가 우파 성향의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를 크게 앞섰다. 1824년 멕시코 정부가 수립된 이래 첫 여성 대통령이다. 셰인바움 당선자는 환경공학 연구원 출신으로 환경장관,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다.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남성 중심주의 문화가 강한 멕시코에 변화의 바람이 찾아온 역사적 순간의 바로 다음 날, 현직 여성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6월3일, 미초
5월23일 열린 미국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 수백 명이 행사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free Palestine)”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인 학생 13명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기로 한 학교 측 결정에 항의하기 위함이다. 미국 전역의 대학들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확산되어온 가운데 이에 참여한 학생 30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 군은 5월 초부터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집중된 가자지구 남부의 이집트 접경 도시 라파를 본
붉은 글씨로 ‘HOW MANY MORE?(얼마나 더 많이?)’라고 적힌 천은 임시로 시신을 수습할 때 쓰이는 자루다. 4월23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주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주도로 교사들이 교내에서 총을 지닐 수 있도록 허용한 법안이 통과되자, 총기 규제를 바라는 시민들과 활동가들은 고함을 지르며 팻말을 들어 항의했다. 그들의 문구로 설명을 대신한다.DON’T FIGHT FIRE WITH FIRE.(총을 총으로 막지 마라)TEACHERS NEED SUPPLIES, NOT GUNS.(선생님은 총이 아니라 지지가 필요하다)1 Y
도로 위 차량 수십 대가 물에 잠겨 있다. 운전자들은 급하게 차를 버리고 대피한다. 활주로를 지나가는 비행기가 물보라를 일으킨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허브 공항의 운영이 일시 중단된다. 사막기후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벌어진 일이다.4월16일(현지 시각) 두바이에 120㎜ 넘게 비가 내렸다. 1년치 강수량이 12시간 만에 쏟아졌다. 평소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폭우 대비 시설이 부족한 도시는 물바다가 되었다. 아랍에미리트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1949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7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
테슬라 독일 공장인 ‘기가팩토리 베를린’이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3월5일(현지 시각) 이 공장은 전기 공급이 끊겨 이날 하루에만 자동차 1000여 대를 조립하지 못했다. 손실액은 수천억 원으로 예상된다.독일의 급진적 환경단체 ‘불칸그루페’는 이날 자신들이 사보타주를 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독일 공장 확장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불칸그루페는 “테슬라는 지구, 자원, 인간을 착취하고 매주 살인 기계와 괴물 트럭을 만든다”라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3월6일 SN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이의 해역을 남중국해라고 부른다.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의 선박이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항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2월22일 ‘우리 영해에 필리핀 어선의 진입을 막겠다’라며 부표 장벽을 띄웠다.이 사진은 그날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서 촬영되었다. 사진의 왼쪽에 있는 선박은 필리핀 어선이다. 그 옆에 정박된 고무보트(가운데 왼쪽)로부터 어선에 오른 필리핀 어업수산
‘말머리성운(Horsehead Nebula)’은 오리온자리에 위치한 암흑성운이다. 지구에서 1375광년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머리성운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거리만 해도 무려 3.5광년이라고 한다. 말 머리 형태는 가스 구름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지난 7월 유럽우주국(ESA)은 우주망원경 유클리드(Euclid)를 발사했다. 위 말머리성운 이미지는, 유클리드가 촬영해서 11월7일 처음으로 공개한 우주 사진들 중 하나다. ESA는 우주의 95%를 구성하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유클리드
원경으로 보는 먼 나라의 전쟁 모습은 현대인의 무감각성을 단련시킨다. ‘아이언돔’ ‘요격시스템’ ‘철검(Iron Swords) 작전’ 같은 전쟁 용어들과 뒤섞여 매일 누적 집계돼 전해지는 수천 명 사상자 숫자도 전쟁의 추악함을 쉽사리 일깨우지 못한다.상상의 투시(透視)로라도 머릿속에 근경을 그려보는 수밖에 없다. 시커먼 연기 속에 가려진 저곳에 누군가의 가족이 있다고. 집이 있고, 가재도구들이 있고, 따뜻하던 잠자리가 있고, 식탁 위 차려놓은 식사가, 할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자식이, 아기가 있었다고.
이곳은 달이다.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8월23일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달의 남극에 간 것은 인류 최초이다. 달 남극은 지형이 험해서 착륙하기 어렵지만 다량의 물이 얼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로 떠올랐다.찬드라얀은 산스크리트어로 ‘달의 차량’을 의미한다. 찬드라얀 3호는 착륙선인 ‘비크람’과 6륜 탐사차 ‘프라그얀’으로 구성돼 있다. 달 착륙 4시간 뒤 비크람에서 빠져나온 프라그얀은 1초에 약 1㎝씩 움직이며 달의 극지방을 탐험하고 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계획에 따르면, 활동 기
집이 통째로 주저앉았다. 미국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Juneau)에서 벌어진 일이다. 빙하가 녹아내려 상류에 위치한 호수 수위가 높아졌고, 강 하류를 따라 밀집한 마을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ABC 뉴스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발생한 홍수로 최소 두 채의 집이 무너졌다.알래스카 멘덴홀 빙하의 크기는 꾸준히 작아지고 있다. 2007년 이후 사라진 빙하만 축구장 8개 면적에 상당한다. 2050년에는 더 이상 이 지역에 빙하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배는 육지에 닿지 못했다. 승선객 수는 최소 500명에서 최대 800명으로 추정된다. 배는 6월13일(현지 시각) 오후 11시 그리스 남부 해역에서 뒤집힌 뒤 가라앉았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에서 출항해 이탈리아를 향하던 난민선이었다. 파키스탄,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에서 온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6월22일까지 104명만이 구조되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그리스 정부는 사고가 나던 날 아침부터 난민선의 항적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적극 구조에 나서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세르게이 안드레예프 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의 얼굴이 핏빛으로 뒤덮였다. 그의 하얀 와이셔츠도 빨갛게 물들었다. 도처에선 “헌화할 자격이 없다” “파시스트” “살인자들”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분노하는 외침이었다.5월9일(현지 시각) 세르게이 안드레예프 대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 헌화기념식에서 폴란드 시민들로부터 빨간 물감 세례를 받았다. 바르샤바 소련 전몰 용사 묘에 헌화하기 위해 추모 시설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안드레예프 대사는 핏빛 물감을 덮어쓴 와중에도 단호한 목소리로 “나는 나의 나라와 푸
시리아 알레포주 진데리스에 살던 한 소년은 지진으로 가족을 잃었다. 그가 앉은 잔해 더미에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 있었다. 이제는 철근과 돌덩이가 나뒹굴고 있을 뿐이다.대지진이 동시에 두 국가를 강타했지만, 시리아엔 구호의 손길이 한동안 닿지 않았다. 반군이 장악한 북서부로 가는 구호물자 수송로는 사흘간 차단되었고, 내전 중인 시리아 정부는 재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아부 알라 씨는 2월13일 BBC에 “우리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
깊은 새벽이었다. 2월6일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가지안테프 인근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나절 만에 7.5 규모의 강진이 다시 한번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지역을 뒤흔들었다. 건물들이 주저앉았고, 건물을 터전으로 삼던 사람들도 주저앉았다. 한 시리아 주민은 방송 카메라를 향해 “우리 가족 모두가 저 밑에 있다. 아들들, 딸, 사위. 그들은 여전히 잔해 밑에 있다. 도와줄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라고 절규했다.2월6일 약 2000명대로 집계되었던 사망자 수는 2월
쿠르드족 사람들이 장미를 들었다. 2022년 12월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발생한 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수백 명이 모였다. 사흘 전 파리 번화가에 있는 쿠르드족 문화센터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69세의 백인 남성 용의자는 이주민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알려졌다. 과거에도 이주민이 거주하는 텐트촌에서 폭력을 휘둘러 수감된 적이 있었다.시위대는 쿠르드족을 노린 혐오범죄와 폭력이 반복됐지만 프랑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분개했다.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 쿠르드민주협의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종이는 분노의 표시다.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규제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백지로 표출되고 있다.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11월24일 중국 우루무치 지역 아파트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졌다. 당국의 봉쇄정책으로 진화가 늦어졌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시위가 촉발됐다.중국 공안이 시위 참가자에게 폭력을 휘두르자 시민은 백지로 맞섰다. 공안은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를 든 시민을 체포할 명분이 없다. 이번 시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자 중국 당국은 차츰
민주주의는 실패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다. 진영 사이 패권 다툼을 패장의 목을 베는 ‘한판 승부’로 끝내지 않음으로써, 승복을 제도화했다. 패자의 품위와 미래를 보장한다. 총칼 대신 투표용지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10월30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전부터 나오는 사건들은 징후적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려댄다.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결이 치열하다. 10월30일(현지 시각)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50.9%를 득표해, 49.1%를 득표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1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8월17일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을 주축으로 한 시위 참가자들은 폭등하는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다만 친여당 성향인 노동총연맹은 이번 시위가 반정부 시위가 아니라, 높은 시장가격으로 물가를 올리는 기업을 상대로 한 시위임을 강조했다.아르헨티나는 7월 물가상승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무려 9.5%나 인상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경제 불안은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레멘추크. 율리아 씨(22)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지역을 떠나 이곳으로 피란을 왔다. 어머니 라리사 씨도 함께였다. 율리아 씨는 쇼핑몰에서 휴대전화 판매 일을 구했다.6월27일 오후 3시51분 러시아군의 초음속 전략 폭격기 ‘트폴레프 Tu-22M’에서 쏜 순항미사일이 크레멘추크 암스토르 쇼핑몰에 떨어졌다. 손님과 직원 등 민간인 1000여 명으로 북적거리던 공간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6월28일 기준 사망자는 18명이며 36명이 실종 상태다. 60여 명으로 집계되는 부상자 중에
‘8964.’ 언뜻 봐선 무슨 뜻인지 모를 이 숫자를 지키기 위해 올해도 사람들이 모였다. 8964는 1989년 6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났던 톈안먼(천안문) 사태를 상징한다. 2022년 6월4일 타이완 시민들은 타이베이의 자유광장에 모여 톈안먼 사태 33주기를 추모했다.6월4일을 맞아 모인 이들이 잊지 않고자 하는 대상은 한 가지 더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톈안먼 사태 추모식의 중심이었던 홍콩이다. 2020년 이후 톈안먼 사태를 기리는 행사는 홍콩에서 전면 금지됐다. 2020년은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실시된 해이기도 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