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 저녁 인천시 서구 한 상가 건물에 위치한 정신의학과 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 환자 58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수습이 이뤄지는 동안 입원 환자들이 1시간 이상 길거리에 방치됐다. 화재 소식을 듣고 찾아온 보호자들이 자신의 가족이 안 보인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한동안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병원은 2020년 5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 격리 조치가 내려진 곳이기도 하다.
8월20일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일환으로 국가중요시설 합동 대테러 훈련이 열린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 경기장 상공에 드론이 등장하면 대공포와 재밍(전파방해) 조치팀을 투입해 낙하시키는 훈련이 시작됐다. 드론이 대공포를 맞고 추락하는 것처럼 사실감을 높이고 싶었던 군은 드론에 줄을 묶어서 힘껏 당겼다.대형 드론은 생각보다 힘이 셌다. 상하좌우로 요동칠 뿐 쉽사리 추락하지 않았다. 훈련에 참가한 장병 머리 위를 위험천만하게 휘젓고 다녔다. 그 중 한 대가 경계를 서던 장병과 부딪친 뒤 추
8월7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 도로는 내리쬐는 한여름 햇볕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정기 수요시위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좁은 도로 너머에 온갖 친일·수구 단체들이 모여들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어떤 단체는 일본말과 한국말을 섞어가며 알 수 없는 고함을 질러대다가 목이 쉬면 “애앵~!” 사이렌을 켜놓기도 했다.질서 유지를 위해 나온 경찰들도 더위와 소음에 지치기는 매한가지. 집회 중간중간 소나무 그늘로 피신해 더위를 식혀보지만 그것도 잠시뿐이
가족 사이에서 ‘이예람‘은 일종의 금기어였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2일 상관 장 아무개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군에 알렸다. 하지만 군의 거듭된 은폐와 외면 속에 이 중사는 “조직이 나를 버렸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2021년 5월21일 세상을 떠났다.피해 사실이 알려진 뒤 사망하기까지 81일. 그간 군이 이 중사에게 가한 건 끊임 없는 2차 가해뿐이었다. 그 모진 시간을 홀로 견뎌냈을 생각에 가족은 '이예람’ 세 글자에도 고통에 떨었다.이후 3년2개월간 가족은 모든 걸 걸고 싸
“우리의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개월간 학살을 저질러왔는데 그 대표적인 학살이 엊그제 칸유니스의 알마와시 난민촌 공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혼자가 아니며 이런 학살은 우리를 더 강하고, 더 단호하고, 더 확고하게 만들 뿐입니다.”7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의 청계광장을 찾은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13일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의 남부 도시인 칸유니스를 공습해 90여 명이 숨지고 300여
7월9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TV조선 앞.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첫 TV 토론회를 앞두고 어제의 동지들이 다시 모였다. 방송사 앞마당을 선점한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당대표는 우리 손으로’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방송차를 동원해 한동훈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울 무렵, 태극기와 함께 ‘언제나 원희룡’이라고 쓰인 대형 깃발을 휘날리며 호피 무늬 복장의 시민이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친상 때 같은 복장으로 조문을 갔다 쫓겨난 인물이다. 그는 두 손을 모아 목청껏 “원희룡”을 외쳤지만, 상대의 스피커
7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12년 만에 ‘한우 반납 집회’를 열었다. 한우를 태우고 온 트럭들이 경찰에 의해 막히면서 끝내 한우를 국회에 반납하는 ‘한우 기증식’은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농민들은 “사룟값이 올라 소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200만원 이상 적자가 난다”라고 성토했다. 전국한우협회 소속 임원들은 삭발식에서 단체로 머리카락을 밀었다.한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방안(한우법)’은 지난 5월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글쓰기는 노동이며 우리는 작가 노동자다. 우리는 오늘 글 쓰고 창작하는 이들을 끈적끈적하게 감싸고 있던 ‘고매한 예술‘ ‘숭고한 창조’ ’고독한 분투’라는 질긴 수사를 찢고 나와, 글 쓰는 노동자로서 함께 이 자리에 섰다(기자회견문 중).”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6월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희음(시인), 황모과(SF 작가), 김홍(소설가), 도우리(칼럼니스트), 이시도(SF 작가), 박해울(SF 작가)씨는 등에 나비 날개 모양 장식을 달고 ‘작가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에 나란히 섰다. 이들을 비롯한 ’글쓰기 노동자’들은 작가
10·29 이태원 참사 500일을 하루 앞둔 6월16일 오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있던 영정이 하나씩 내려졌다. 영정을 안은 유가족들은 광장을 한 바퀴 돌아 서울 중구 부림빌딩 1층에 자리한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따라 2023년 2월4일에 설치된 기존 분향소를 대신해 서울시가 마련한 곳이다.6월14일 저녁,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틀간의 행사 전 마지막으로 분향소 문을 닫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았다. “루틴처럼 이곳에 와서 영정에 눈도장을 찍으며 힘을 받아 갔어요. 열악한 천막이
6월5일 헌정 사상 첫 ‘야당 단독 개원’으로 국회의장단을 뽑은 국회는 6월10일 주요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또 한 번 기록을 세웠다. 밤 9시께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11명을 선출했다.바로 직전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던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만 가져가겠다’는 마지막 협상 카드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사진)를 통해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의 문이 닫힌 후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헌정 사상 최단기간인 선출 6일 만에 국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광장 밖에서 개최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송시윤씨(가명·29)는 “시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서울광장에서 열었을 때 느낀 기쁨이 정말 컸는데, 작년에도 올해도 이 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울시는 점점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선두에 있는 대형 무지개 깃발이 행진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5월28일 오후 1시,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이 긴급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본회의에는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안건이 상정되어 있었다. 지난 5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열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온 안건이었다.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김웅, 김근태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발언한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추가 이탈 표를 막기 위해 본회의 직전까지 긴박하게 움직였다.의원들이 하나둘 회의장으
5월2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아시아권에서 처음 진행되는 ‘기후소송’의 마지막 공개 변론이 열렸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묻는 헌법소원을 낸 원고 측 김서경(청소년 기후소송), 황인철(시민 기후소송), 한제아(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이 대표로 발언대에 올랐다. 한제아(12) 어린이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세, 성인이 됩니다.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 저는 이 소송이 2030년, 그리고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봄밤의 선선한 바람에 불꽃이 흩날렸다. 7000여 명이 연못으로 쏟아지는 불꽃 앞에서 탄성을 내질렀다. 제31회 함안 낙화놀이가 5월15일 경상남도 함안군 괴산리 무진정에서 열렸다. 함안 낙화놀이는 조선 선조 때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시작된 전통 불꽃놀이다. 숯가루를 한지에 돌돌 말아 만든 낙화 심지에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불을 머금고 타면서 바람에 날린다. 낙화놀이가 연출해낸 ‘빛가루’를 카메라로 담으며 〈시사IN〉 독자들의 안녕도 함께 기원했다.
5월의 폭우에 쌀귀리가 맥없이 쓰러졌다. “작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방제 작업도 했고, 배수 관리도 철저히 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는데도 이렇게 비바람이 치네요.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5월7일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학장리에서 귀리 농사를 짓는 김요나씨(41)가 말했다. 5월5일 전라남도 강진군에는 약 130㎜의 비가 내렸다. 그의 밭에 심은 귀리 약 80%가 폭우에 쓰러졌다.“여기서 50년 살았는데,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건 희한하다”라는 마을 주민 홍성예씨(73)의 말처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
5월1일 오후, 134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조합원 2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 운집했다. 이들은 정부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거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확장 적용을 반대하는 등 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집회 장소에는 목에 ‘내가 죄인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건 윤석열 대통령의 인형도 등장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 인형을 끌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방향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