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화된 선거(Calcified election).’ 바이든과 트럼프가 처음 대결한 2020년, 두 후보 지지율이 변하지 않은 현상을 두고 정치학자들이 붙인 말이다. 2024년 선거도 ‘석회화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2020년 반복을 원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았고, 선거는 지루해보이기까지 했다. 첫 TV 토론 전까진 그랬다.지난 7월 한 달간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 선거를 오래 관찰한 이들에게도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바이든 사퇴 압박으로 인한 민주당의 분열, 트럼프 암살 시도, J. D. 밴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과 공화당 전당대회,
6월27일 밤은 미국 민주당 지지자에게 ‘재앙’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부족한 날이었다.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밤의 충격과 비슷한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모두 직함 생략)의 대선 토론이 열린 날에 대한 평가다.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었다. 어쩌다 민주당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리고 바이든을 교체할 방법은 없는지.‘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 교통사고’라는 영어식 표현이 있다. 눈앞에서 재앙이 아주 천천히 펼쳐지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모두가 재앙 같은 결과가 일어나리라는
역사상 가장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차갑다. 2024년 미국 대선이 다섯 달 남았다. 현재 판세를 요약하면 ‘트럼프의 백중 우세’.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앞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승리 확률이 비슷하다고 예측한다. 선거 베팅 웹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 It)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이 ‘50센트 대 49센트’로 막상막하다. 이들이 조심스레 백중세를 말하는 이유는 ‘2016년 미국 대선 예측 실패’ 망신을 기억해서도, 트럼프 재선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