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어도 읽은 것처럼 착각하는 고전 중에는 〈1984〉나 〈동물농장〉이 있지 싶다. 줄거리는 아는 듯한데, 막상 읽었느냐고 묻는다면 얼버무리게 되는.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런 사람들이 먼저 읽으면 좋다. 술술 읽히고, 오웰이 어떤 사람인지 깊고 빠르게 찔러오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진실과 창작 사이를 이리저리 에둘러 가는 법이라 작가의 의도를 눈치 채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는 그런 게 없다. 분노와 고통스러운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이 책은 1937년, 그러니까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려
(제882호 “이걸 먹고 우선 잠을 자둬”에서 이어짐) 괴테는 이탈리아 반도를 북에서 남으로 훑고 내려가는데, 계절풍에 대한 언급이 몇 번 있다. 특히 ‘시로코’와 ‘트라몬타나’를 섬세하게 겪는다. 당시 이런 계절풍에 관한 깊은 연구는 없었을 것 같다. 괴테는 단신으로 반도의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며 어떤 때는 계절풍의 도움을 받아 온화한 날씨를 얻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독일과 다른 날씨에 생경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트라몬타나는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골바람이다.유럽 지도를 보면, 알프스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이 거의 머리에 이고 있는
괴테에다 이탈리아가 붙었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중의 몇 권을 보니 수십 쇄를 찍었다. 우리 집에 괴테 작품으로는 〈파우스트〉와 이 책이 있는데 둘 다 앞쪽만 갈색으로 색이 바랬고, 페이지 끝이 말려 올라가 귀가 생겼다. 시도는 여러 번, 끝까지 못 갔다는 증거다. 〈성문종합영어〉와 비슷하다. ‘명사’ 편은 빠삭했던 내 또래의 수많은 친구들처럼. 아, 〈수학의 정석〉도 ‘집합’ 편은 아주 잘 기억할 거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폰(von) 붙으면 귀족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선 흔히 ‘di’나 ‘de’가 붙으면 귀족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