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명예심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일이 몰려들 때마다 모두가 이를 해내기 위해 장대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노력으로 임했다. 모든 사람이 잘 짜인 각자의 일을 맡아 주도면밀하게 해내기 때문이다.’조지 오웰의 데뷔작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문학동네, 2016)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떤 현장일까? 파리의 호텔 주방이다. 오웰은 대용량의 음식을 제시간에 내놓는 건 “복잡하기 짝이 없”고 “생각보다 훨씬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서 “때때로 우리는 인생이 단 5분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움직인다”라고 쓴다. 일하는 양
2021년 평택항에서 사망한 이선호씨가 가장 좋아한 음식은 어머니의 시금치나물이었습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가 가장 좋아한 갈비찜은, 이듬해 1주기 그의 추도식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나눠먹은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시금치나물과 갈비찜 같은 일상의 음식이, 선호씨와 용균씨가 안전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해 맛있게 먹은 음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르포 작가 은유씨가 한 달에 한 번,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과 위대함을 길어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사IN〉은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