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에도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되고 새로운 기록이 쏟아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논란이 되었던 것은 성별 논쟁이 아닐까 싶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의 이만 켈리프 선수와 타이완의 린위팅 선수가 있다.
올림픽은 성별에 따른 신체적 역량의 차이를 고려해 모든 종목을 여자 부문과 남자 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출전을 허가하면서 여러 논란을 겪고 있다.
전 세계가 손쉽게 구분했던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 구분이 사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으며, 공정한 경기라는 가치의 실현도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있기 때문에 X염색체 또는 Y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전형적 여성 또는 전형적 남성으로 구분되기 어려운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성발달 차이(DSD: 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를 겪고 있다.
신체적 차이가 현저하니 ‘성발달 차이’를 겪는 사람들은 아예 스포츠에는 도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일까? 축복받은 재능과 불공정한 출전은 어떤 기준으로 변별할 수 있을까? 무엇이 정의와 공정에 가까운 것일까?
남성호르몬 억제해야 경기 뛸 수 있다고?
이미 관련한 법적 분쟁이 있었다. 인도 육상 두티 찬드 선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출전을 정지당했다. 이에 찬드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찬드가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데에는 훈련과 노력 등 다른 요소가 있고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경기력 우위에 현저한 영향을 주었다는 증명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캐스터 세메냐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압도적 차이로 우승하자 IAAF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의 경우 일정 수치 이내로 호르몬을 억제해야만 육상 대회 출전을 허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세메냐는 이에 항의하며 소를 제기했다. 2019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와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IAAF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불복한 세메냐는 2023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는데 유럽인권재판소는 세메냐가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구제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했음을 인정했다. ‘스위스 정부는 세메냐에게 6만 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스위스의 항소로 유럽인권재판소의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준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과학은 진보하고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력은 발전할 것이다. 결국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경기력의 관계가 더 분명히 밝혀져 공정 논란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의 공정만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가장 우선에 두고 모든 절차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알제리의 켈리프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일 이어지는 사람들의 거센 공격에 고소까지 했고 자신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성과 관련한 정보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인데 그 정보가 만천하에 폭로당했다. 비슷한 사례에서 성별 논란과 관련해 수치스러운 검사를 받았다고 폭로한 선수도 있었다.
특수한 성 정체성을 안고 태어난 이들은 누군가의 의도나 잘못이 아닌데도 공개적으로 비난당하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훼손당했다. 공정한 게임 규칙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규칙이 보다 큰 의미의 정의와 공정에 부합하지 않을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가 연대와 존중을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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