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의 재산

종성 지음, 북피움 펴냄

“친일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친일은 부득이했다’는 논리다.”

친일파들은 친일 행위로 얼마나 이익을 얻었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대표적 친일파 30명의 ‘친일 재산’과 ‘친일 연대기’를 사료와 당시의 신문기사, 증언과 회고록 등을 토대로 파고들었다. 이완용은 외교권 박탈을 담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까지 챙겼다. 죽기 전해인 1925년 친일파 민영환에 이어 한국인 부자 2위에 올랐다. 이토 히로부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일파 민병석은 1933년 당시 돈 30만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했다. 그때 교사 초임이 50원 수준이었다. 저자는 친일이 일제의 강요에 의해 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행위였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재산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베브 빈센트 지음, 강경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스티븐 킹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주가 된 독보적인 작가다.”

〈캐리〉 〈미저리〉 〈쇼생크 탈출〉의 공통점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다. 스티븐 킹의 첫 소설 〈캐리〉가 출간된 게 1974년. 쓰레기통에 버린 초고를 부인 태비사가 발견하고, 집필을 독려해 나온 책이 히트했다. 올해는 그의 데뷔 50주년이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창작 세계를 보여주는 해설집이다. 저자는 스티븐 킹과 함께 편집 작업을 하기도 했던 논픽션 작가다.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던 교사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50년 과정을 연대별로 정리했다.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창작·출판 과정 전반을 상세히 다룬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그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캐리〉의 50주년 리뉴얼판, 최신작 〈홀리〉를 동시에 펴냈다.

 

한국미의 레이어

안현정 지음, 아트레이크 펴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K-Art’에 걸맞은 ‘한국 미감’의 발견이 아닐까.”

박물관의 ‘한국 전통미술’ 구역은 대체로 인기가 없다. 문화재 혹은 ‘사료(史料)’로서의 존재 가치에 무게를 둔 탓에,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대신 ‘공부하듯’ 고미술을 접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국립민속박물관·성곡미술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한 저자가 이 ‘고루하고 재미없는’ 전통미술을 매개로 독창적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한국 현대 작가들을 소개했다. 서화·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화학작용은 전통과 유산이 과거의 한 ‘점’이 아니라 움직이는 ‘선’임을 실감케 한다. ‘이 땅에 살며 스미듯 이어온 한국인의 독특한 활력’, 즉 ‘한국미’를 발견하는 안테나를 세워야 하는 이유다.

 

영원의 전쟁

벤저민 R. 타이텔바움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배넌은 미국의 두긴이고, 두긴은 러시아의 배넌이다.”

현대 민주주의가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섬뜩한 책이다. 인류학자이자 정치 연구자인 저자는 글로벌 포퓰리즘의 양대 사상가(?)라고 할 만한 두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탐구했다. 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 올렸고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았던 스티브 배넌이다. 다른 한 사람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두뇌, 예언자, 라스푸틴’이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설계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저자는 배넌과 두긴을 각각 만나는가 하면 두 사람의 회동까지 지켜보며 이들이 단지 시시한 선동꾼이 아니라 ‘천박한’ 현대성(물질주의)에 맞서 “전근대사회의 가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반자유주의 전사”라는 점을 드러낸다.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

이동해 지음, 푸른역사 펴냄

“어느 개인의 구술을 넘어, 시대의 맥락까지 함께 조명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학을 전공한 저자가 학부 2학년이던 2016년, ‘구술사’라는 개념을 접했다. 외할아버지 허홍무의 구술을 채록했다. 단순한 ‘녹취’ 이상으로 진도가 안 나갔다. 7년이 지나 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그는 족보, 호적부, 외조부의 생활기록부·병적증명서 등 자료를 모았다. ‘일제 관원이 술 조사를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일제의 주조정책을 다룬 논문을 찾아 맥락을 짚었다. 조선총독부 관보를 뒤져 구술 내용이 사실인지 체크했다. 군 생활 중 부산의 어느 철길을 언급하기에 부산의 철도 개발 관련 자료를 찾고 현장을 방문해 그 철길의 이름을 특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무명(無名)의 역사를 통해 1935년부터 1959년 사이의 시대를 조명했다. 흥미로운 ‘현대사’다.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지음, 마티스블루 펴냄

“짬뽕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자.”

이렇게 일만 하다 죽는 거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았다. 일과 관련된 불안과 어려움은 모두가 겪는 일이다. 30년 차 직장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시기를 지나 지금은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하는 시간이 괴로운 시간이기보다 조금이라도 플러스가 되길 바란다.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 스트레스를 잘 다루기 위한 기법, 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법 등에 대해 조언한다. 중국집 주방장에 빗대자면 모든 요리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짬뽕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태도가 그중 하나다.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하는 걸 목표로 하는 수많은 직장인에게 건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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