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조형근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우리는 서로 얽혀 있고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얽힌 역사를, 18개 에피소드를 통해 살핀다. 인물과 사건, 역사적 사건과 문화예술을 종횡무진 오간다. 예컨대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이야기하다가, 1940년대 그 다리 건설 현장에 실제로 있었던 조선인 1000여 명의 존재를 말한다. 그들은 일본군의 지휘를 받는 포로감시원으로 일했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악마·희생자 식의 이분법으로 대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실수하는 인간으로 그리며 동시에 그들이 져야 할 역사적 책임, 역사가 그들에게 져야 할 책임을 함께 보려 했다. 〈시사IN〉에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 대폭 보강했다.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이지수 지음, 낮은산 펴냄

“책상 위에 기분을 즉시 좋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하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선물의 핵심은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것’이다. 핸드크림·립밤·핸드타월·비누·꿀·캐러멜·소금·치약·양말 같은 작은 물건에도 다종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어디선가 마음을 다쳐 돌아온 밤이면 그 제품과 어울릴 얼굴을 떠올려보곤 했다. 그이와 다음에 만나는 날을 헤아리고, 미리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구겨졌던 마음도 조금은 펴지는 기분이 든다. 그것을 나의 ‘작은 사치’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에게도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어떤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의 목록이 있다. 일상의 사소한 물건, 공간, 취미, 행동이 어떻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따라 읽다 보면 내가 가진 행복은 무엇인지 헤아려보게 된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지음, 한길사 펴냄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빨갱이’라고 부른다. ‘좌파’들은 그가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우파적으로 개혁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대중이 실제로 한 일은 한국 경제와 사회의 발전 경로를 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전환시킨(칭찬에서든 비판에서든!) 것이다. 이 책은 김대중의 육성으로 작성된 마지막 자서전이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연구진이 2006년 7월부터 다음 해 10월까지 41회에 걸친 인터뷰로 얻어낸 김대중의 구술을 책으로 옮겼다. 1924년 출생에서 2009년 서거 때까지 역사적 변곡점들의 최전선에 섰던 김대중의 험난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김대중이 마지막 일기장에 남긴 문구(“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를 좀 더 가슴 아프거나 혹은 기쁜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내 다음 영화가 어느 장소에서 끝나야 할지 알 듯도 했다.”

대중과 시네필을 ‘동시에’ 사로잡는 영화감독을 고르자면 박찬욱을 빼놓기 쉽지 않다. 콘텐츠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엔딩 크레디트 ‘이후’를 상상하는 데 몰두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매력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2022년 개봉작 〈헤어질 결심〉 역시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 사람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평단·관객의 관심과 감상평이 쏟아졌다. 〈헤어질 결심〉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세상에 내놓기까지, 마음이 움직인 찰나를 감독이 직접 사진과 글에 담았다. 아직 영화가 남긴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다시금 그가 건네는 선물이다.

 

밥 챙겨 먹어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마포농수산쎈타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매콤달콤 쫄깃한 게 아주 괜찮거든요.”

전작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이번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출간 하루 만에 5000부가 팔렸다는데 펼쳐보면 이해가 간다. 한 집에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은 참 고마운 요리책이랄까. 사계절 제철 재료를 활용한 용도별(안주, 해장, 반찬, 주말 특식) 레시피가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다. 레트로한 레이아웃과 정감 어린 구어로 된 설명을 읽다 보면 초보자도 절로 긴장이 풀린다. ‘맛잘러‘ 이모가 옆에서 수다를 떨며 ‘구전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친구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걸 잔뜩 해 먹여보고 싶은 용기도 생긴다. 오늘은 배달음식과 밀키트 대신 농수산쎈타의 레시피로 뭐든 만들어보면 어떨까.

 

감성X경제

게리 솔 모슨, 모턴 샤피로 지음, 김형석·김형주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삶의 많은 측면이 진짜 경제학과 진짜 인문학 간 대화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같은 대학의 러시아 문학 교수와 경제학자인 총장이 함께 쓴 책이다. ‘경제학이 여는 인문학의 미래’라는 부제처럼 두 분야가 협력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탐구했다. 경제학 일각에는 합리적 선택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한다고 여기는 관점이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경제학에 윤리와 문화, 서사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더하라고 주문한다. 인문학적 접근을 도입할 때 비로소 더 현실적이고 정확해지며 공정한 경제학이 된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에서 다수 유권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했다. 경제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이 있다. 저자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쓴 〈지하에서 쓴 수기〉 등 문학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밖에 교육 정책과 가족의 변천, 경제발전 등을 경제학과 인문학 두 가지 관점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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